왜 일하는가 -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 책을 읽자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저/신정길 역
서돌 | 2010년 03월


근래에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는 어떤 분의 "내가 전에 xxx 해봤는데..."를 좋게 들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먹을 수록 과거의 경험을 말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집니다. 전자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봄직한 일본의 교세라 창업주가 저술한 이 책도 그런 관점에서 읽는다면 왠지 거부감이 들 가능성이 있겠지요.


이 책은 그리 두껍지 않고, 내용도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론적이거나 현학적인 내용보다는 좀더 경험에서 우러나온 옛날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분명히 기회가 더 많았던 것으로 여겨지는 20세기의 이야기가 왠만한 것은 다 세팅되어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는 21세기의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책 한권에서 모든 것을 바래서는 안되겠지요. 저는 이 분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왜 나는 아직 월급장이로 살아가는가? 대체 나는 창의적이기는 한건가? 이전 회사를 집어치운 것은 무조건 잘한 결정인가?


첫 부분에서는 "일하는 것"에 대해 저자의 철학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꽤 괜찮은 생각인 듯합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마지못해서 돈벌기 위해서 일한다며 불평불만이 많은데, 저자는 일하는 것은 인격의 수양, 자기 자신의 완성의 의미로 보는 듯합니다. 물론, 저자의 탁월하고 저돌적인 능력을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복잡하게 따지고 예측하지 않고, 순수한 열정을 갖고 일한다면, 모두가 CEO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가 앞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소통이 안되는 대표와의 트러블과 원하지 않는 A/S업무로 인해서 본연의 업무를 위한 시간과 여유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저자도 다 무너져내리는 회사에 입사하여 아무런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연구소에 있었지만, 스스로 공부하여 신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다른 노력을 충분히 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예를 들면, 일단 무엇이든지 목표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바쁜 회사생활에 휩쓸렸던 것일 수도 있을 것이지요. 


특히,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없는데도 타 업체의 납품요구에 무조건 OK를 하는 점은, 어느덧 내가 기획하거나 나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내가 인정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보이콧도 불사하는 연구소의 타성에 나도 물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해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한 저자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본받아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왜 아직도 월급장이인지 답이 나왔네요. 일하는 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어느덧 식어 있고, 어설프게 책에서 배운 경영학관련 이론, 우물안 개구리식의 연구소 관료주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군요. 


알면 알수록 현실은 비록 녹록하지 않지만, 순수하게 도전하는 인간에게는 기회가 있으며 노력의 결과는 있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배우게 됩니다. 


또한,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위기에 처했을 때 좋은 돌파구를 찾았던 기억을,,, 안철수박사가 알지도 못하는 내용에 대해 투고를 하겠다고 한 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은, 있지도 않은 제품을 납품한다고 한 후 개발해내는 저자가 은근히 닮은 점이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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